크리스토퍼 놀란 <오디세이>, IMAX로 봐야할까?

영화를 보기 전 《오디세이》에 대해 알고 있던 것은 의외로 단순했다.

호메로스의 서사시.
트로이 전쟁.
오디세우스의 귀환.

그리고 크리스토퍼 놀란.

수천 년 전 이야기를 《인셉션》, 《인터스텔라》, 《덩케르크》, 《오펜하이머》를 만든 감독이 영화로 옮겼다는 것만으로도 궁금할 이유는 충분했다.

놀란의 《오디세이》는 호메로스의 서사시를 바탕으로 트로이 전쟁을 마친 이타카의 왕 오디세우스가 고향으로 돌아가는 여정을 따라간다. 맷 데이먼이 오디세우스를 연기하고, 앤 해서웨이, 톰 홀랜드, 젠데이아 등 대규모 캐스팅이 함께한다. 영화의 러닝타임은 약 172분이다.

그런데 이 영화를 보고 나면 ‘고대 신화를 영화로 만들었다’는 설명만으로는 조금 부족하다.

결국 《오디세이》가 다루는 것은 괴물이나 신보다도,

한 사람이 얼마나 먼 길을 돌아서라도 다시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려 하는가에 대한 이야기에 더 가깝기 때문이다.

스포일러 없이 한 줄로 말한다면

거대한 신화를 보여주는 영화이면서, 동시에 ‘돌아간다’는 것이 얼마나 긴 일인지 보여주는 영화.

《오디세이》라는 이야기를 이미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결말 자체가 중요한 작품은 아니다.

중요한 건 오디세우스가 어디에 도착하는가보다 그곳에 도착하기까지 무엇을 지나오는가다.

그리고 바로 이 지점에서 놀란이라는 감독과 《오디세이》가 꽤 잘 만난다.

시간, 기다림, 선택, 집으로 돌아가는 일.

놀란이 그동안 반복해서 다뤄온 주제와 오디세우스의 귀환이 생각보다 자연스럽게 겹친다.

원작을 몰라도 볼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원작 《오디세이》를 읽지 않았다고 해서 영화를 이해하지 못할 정도는 아니다.

다만 개인적으로는 아무것도 모른 채 들어가는 것보다 아주 기본적인 배경 정도는 알고 가는 것을 추천한다.

특히 이것만 알면 훨씬 편하다.

트로이 전쟁이 끝났고,
오디세우스는 자신의 고향 이타카로 돌아가려 하며,
그 귀환이 예상보다 아주 오래 걸린다.

원작에서 그는 그 과정에서 키클롭스, 세이렌, 칼립소 등 여러 존재와 사건을 만난다.

그렇다고 영화를 보기 위해 두꺼운 고전을 먼저 읽을 필요까지는 없다.

그래서 추천하고 싶은 방법이 하나 있다.

침착맨 유튜브를 먼저 보는 것.

출처: 침착맨 Youtube

침착맨 채널처럼 그리스·로마 신화나 오디세우스의 이야기를 편하게 풀어주는 콘텐츠를 한 편 보고 가면 좋다. 정확한 계보나 신들의 이름을 외우려 하기보다는,

정도의 큰 줄기만 머릿속에 넣고 가는 것이다.

오히려 이 정도의 사전지식이 가장 적당하다.

영화를 보면서
“아, 이 사람이 그 인물이구나.”
“이 사건이 여기서 나오는구나.”

하고 연결되는 순간들이 생기기 때문이다.

원작을 공부하고 갈 필요는 없지만, 이야기의 지도를 한 번 보고 가는 것은 추천한다.

NXTL NOTE

고전을 알아야 영화를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야기의 시작점을 알고 가면, 왜 이 귀환 이야기가 수천 년 동안 반복됐는지는 조금 더 선명하게 보인다.

그렇다면 IMAX로 봐야 할까?

이건 꽤 명확하다.

《오디세이》는 장면 일부가 아니라 영화 전체를 IMAX 필름 카메라로 촬영한 최초의 장편영화다. 놀란과 촬영감독 호이트 반 호이테마는 촬영을 위해 기존보다 가볍고 조용한 IMAX 카메라까지 개발해 사용했고, 200만 피트가 넘는 IMAX 70mm 필름이 투입됐다.

그래서 이 영화의 IMAX는 단순히 ‘화면이 크니까 좋다’는 이야기에 그치지 않는다.

바다의 크기,
배와 사람의 비율,
풍경 속에 놓인 인간의 크기.

이런 것들이 영화의 이야기와 직접 연결된다.

오디세우스의 여행을 거대한 세계 속 한 인간의 이동으로 보여주려면, 화면 자체의 스케일이 하나의 서사가 된다.

특히 이 영화는 많은 장면을 실제 장소와 실제 세트, 실제 배 등을 활용해 촬영했다. 놀란 역시 현실 세계의 물성을 활용해 당시의 여정이 얼마나 고되고 막막했는지를 표현하려 했다고 설명했다.

그래서 작은 화면으로 언젠가 다시 볼 수는 있어도,

출처:롯데시네마

스펙터클만 기대하면 조금 다르게 느낄 수도 있다

제목이 《오디세이》이고 놀란의 영화라면 자연스럽게 거대한 전투와 신화적 장면을 기대하게 된다.

실제로 제작 규모는 상당하다.

트로이 장면에는 수천 명 규모의 엑스트라가 투입됐고, 대형 세트와 실제 배를 비롯한 물리적인 제작물이 사용됐다.

그런데 영화의 크기와 별개로 결국 시선이 돌아오는 곳은 한 인간이다.

무엇을 지나왔는지,
무엇을 잃었는지,
그럼에도 왜 돌아가려고 하는지.

그래서 《오디세이》를 단순한 판타지 액션 영화라고 생각하고 들어간다면 예상과 조금 다를 수 있다.

이 점이 NXTL에서 이 영화를 다루고 싶었던 이유이기도 하다.

우리는 보통 ‘다음’이라는 말을 앞으로 가는 것으로 생각한다.

그런데 《오디세이》의 다음은 조금 다르다.

계속 앞으로 가는 것 같지만, 목적지는 결국 돌아가는 곳이다.

172분, 길게 느껴질까?

러닝타임은 약 2시간 52분이다. 《오펜하이머》보다는 조금 짧지만 여전히 거의 세 시간에 가까운 영화다.

그래서 관람 전에 화장실은 다녀가는 것을 추천한다.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영화 시작 직전까지 휴대폰으로 정보를 잔뜩 찾아보는 것보다, 앞서 말한 정도의 기본적인 신화 배경만 알고 들어가는 편이 낫다.

《오디세이》가 어디까지 원작과 같고 무엇을 바꿨는지를 찾는 것은 영화를 본 다음이어도 충분하다.

첫 관람에서는 그냥 여행 자체를 따라가는 것이 더 재미있다.

이런 사람에게 추천한다

  • 크리스토퍼 놀란의 영화를 좋아한다
  • IMAX로 볼 영화를 찾고 있다
  • 신화나 고대 서사에 관심이 있다
  • 압도적인 공간과 촬영을 극장에서 경험하는 것을 좋아한다
  • 단순한 액션보다 여정과 인물의 선택을 따라가는 영화를 좋아한다

반대로 빠른 전개만을 선호하거나,

거의 세 시간에 가까운 긴 영화를 힘들어한다면 관람 전 러닝타임은 고려하는 것이 좋다.

결국 《오디세이》는 ‘돌아가는 이야기’다

수천 년 동안 살아남은 이야기를 2026년에 다시 보는 이유는 무엇일까.

거대한 괴물이나 신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오래 떠나 있던 사람이 집으로 돌아가고 싶어 하는 마음, 누군가를 기다리는 시간, 길을 잃더라도 다시 방향을 잡는 일.

시대가 바뀌어도 이런 감정은 별로 달라지지 않는다.

그래서 《오디세이》를 보고 나면 오래 남는 것은 거대한 풍경만은 아니다.

놀란의 《오디세이》는 아주 오래된 신화를 빌려, 의외로 지금의 우리에게 익숙한 질문을 던지는 영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