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 속에서도 글로벌 1위에 오른 정해인·하영의 로맨틱 코미디. 화제성을 걷어내고 봐도 재미있을까?

넷플릭스 신작 〈이런 엿같은 사랑〉이 공개 2주 차 비영어 쇼 글로벌 1위에 올랐다.
정해인과 하영이 주연을 맡은 로맨틱 코미디로, 공개 이후 작품만큼이나 출연 배우를 둘러싼 논란도 크게 번졌다.
그런데 흥미로운 건 그다음이다. 논란이 커졌는데도 시청은 줄지 않았다. 오히려 더 많은 사람들이 이 드라마를 보기 시작했다.
그렇다면 질문은 하나 남는다.
화제성을 걷어내고 봤을 때, 〈이런 엿같은 사랑〉은 정말 볼 만할까?
단순히 ‘넷플릭스 1위’라는 숫자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흥행의 이유와, 실제로 보기 전 알아두면 좋은 포인트를 정리해봤다.
그런데 흥행 과정은 평탄하지 않았다.
주연 배우 하영이 자신의 집안을 ‘4대째 의사 가문’이라고 소개한 뒤 증조부 안상호의 일제 강점기 행적이 다시 조명 됐고, 민족 문제 연구소는 그의 친일 행적이 명백하다는 입장을 냈다. 소속사 역시 초기에 의혹을 사실무근이라고 반박했다가 관련 기록을 확인한 뒤 성급한 해명이었다고 사과했다.
배우들의 인터뷰가 취소될 정도로 작품 홍보에도 영향을 미쳤다. 그런데 정작 드라마의 순위는 5위에서 1위로 올라갔다.
왜 였을까.
먼저, 어떤 드라마일까
〈이런 엿같은 사랑〉은 기억을 잃은 검사 고은새와 자신을 그의 남자친구라고 주장하는 복싱 코치 장태하가 함께 지내며 벌어지는 로맨틱 코미디다.
다만 완전히 가벼운 로코는 아니다.
장태하는 범죄 조직과 얽혀 있고, 고은새가 기억을 잃게 된 사건 뒤에도 범죄 서사가 놓여 있다. 넷플릭스 역시 공개 전부터 이 작품을 로맨틱 코미디와 누아르 서스펜스가 결합된 작품으로 소개했다.
기억상실, 가짜 연애, 동거.
사실 설정 자체는 낯설지 않다.
오히려 넷플릭스 공식 소개에서도 ‘아는 맛’이라는 표현을 사용할 정도로 익숙한 로맨틱 코미디의 문법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그런데 바로 그 익숙함이 첫 번째 흥행 포인트다.
새롭지 않아서 오히려 보기 쉽다
OTT를 켰을 때 모든 사람이 새로운 작품을 원하는 건 아니다.
복잡한 세계관을 공부하거나 몇 회를 참고 봐야 재미있어지는 작품보다, 첫 회부터 어떤 재미를 줄지 예상할 수 있는 콘텐츠가 선택받는 순간도 많다.
〈이런 엿같은 사랑〉은 그 지점을 정확하게 건드린다.
로맨틱 코미디라는 익숙한 바탕 위에 범죄와 액션을 조금씩 얹는다.
해외 매체 Decider 역시 기억상실 설정을 여러 회에 걸쳐 미스터리처럼 끌지 않고 첫 회부터 상황을 비교적 빠르게 보여주는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로코와 범죄극 사이의 톤 변화가 매끄럽지 않은 순간은 있지만, 하영의 코미디 연기와 허성태의 악역 연기 등을 장점으로 꼽으며 최종적으로 시청 추천을 내렸다.
결국 이 드라마의 장점은 전혀 본 적 없는 이야기가 아니다.
“아는 맛인데, 한 가지 맛을 더 넣었다.”
이 정도의 변화가 오히려 글로벌 OTT에서는 접근하기 쉽다.

“정해인”이라는 확실한 입구
그리고 이 작품을 설명할 때 정해인을 빼기는 어렵다.
연합뉴스 역시 흥행 배경으로 정해인의 ‘로맨스 장인’ 이미지를 언급했다.
OTT에서는 이 익숙한 얼굴이 생각보다 중요하다.
한 화면에 수십 편이 떠 있는 상황에서 시청자는 몇 초 안에 판단한다.
아는 배우인가.
내가 좋아했던 장르인가.
가볍게 시작할 수 있는가.
정해인은 이 세 질문 가운데 적어도 첫 번째 질문에 강한 답을 준다.
특히 그동안 로맨스 장르에서 축적한 이미지는 “이 배우가 나오는 로맨스라면 한 번 눌러볼까”라는 최초의 클릭을 만들기에 충분하다.
흥행은 결국 많은 경우 재생 버튼을 누르게 만드는 첫 번째 이유에서 시작된다.
그런데 드라마 밖에서는 전혀 다른 ‘가족사’가 동시에 소환됐다
이번 작품에서 특히 흥미로운 건 두 주연 배우의 가족사가 같은 시기에 전혀 다른 방식으로 다시 이야기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정해인은 과거 방송에서 자신이 다산 정약용의 둘째 아들 정학유 계통의 후손이라고 직접 이야기한 바 있다. 2024년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에서도 어린 시절부터 집안에서 그 사실을 들으며 자랐다고 밝혔다.
반면 하영은 최근 증조부 안상호의 일제강점기 행적을 둘러싼 논란과 마주했다. 민족문제연구소는 대정친목회 활동 등을 근거로 친일 행적이 명백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 작품의 두 주연을 두고,
한쪽에서는 정약용이라는 조상이,
다른 쪽에서는 일제강점기의 가족사가 소환된 셈이다.
이 대조는 온라인에서 작품 밖의 또 다른 이야깃거리를 만들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여기에는 분명히 선을 그을 필요가 있다.
조상의 행적은 현재 배우 개인의 공도, 과도 아니다.
정해인이 정약용의 후손이라는 사실 자체가 작품의 흥행을 만든 것도 아니고, 하영이 증조부의 행적에 개인적 책임을 져야 한다는 의미도 아니다.
오히려 흥미로운 건 다른 데 있다.
왜 우리는 이제 작품을 볼 때 배우의 연기뿐 아니라 그의 가족사와 배경까지 함께 검색하고 소비하게 되었을까.
작품 밖의 서사도 콘텐츠가 되는 시대
예전에는 드라마가 시작되면 작품의 이야기가 중심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조금 다르다.
출연 배우의 인터뷰가 기사화되고, 그 안의 한 문장이 검색되고, 과거의 사진이나 가족사가 다시 발견되고, 그것이 또 다른 뉴스가 된다.
결국 작품 하나를 둘러싸고 수많은 ‘작품 밖 이야기’가 동시에 만들어진다.
이번 〈이런 엿같은 사랑〉도 그렇다.
정해인의 정약용 후손이라는 가족사는 원래 알려져 있던 이야기였지만 하영의 가족사 논란이 커지면서 다시 비교 대상으로 소환될 수 있었다.
그 대비 자체가 검색과 화제를 키웠을 가능성은 충분하다.
다만 현재 공개된 자료만으로 이 가족사 대비가 실제 넷플릭스 시청 증가를 만들었다고 말할 근거는 없다.
그래서 이것을 ‘흥행 원인’이라고 부르기보다는,
작품을 둘러싼 화제성을 한 겹 더 키운 요소라고 보는 편이 정확하다.
NXTL NOTE
한 편의 드라마를 볼 때 우리는 이제 작품만 보지 않는다.
배우의 인터뷰와 과거, 브랜드, 가족사, SNS까지 함께 소비한다.
콘텐츠는 화면 안에서 시작하지만, 화제성은 화면 밖에서 완성되기도 한다.
그렇다면 하영 논란은 왜 흥행을 막지 못했을까
여기서 이번 작품의 가장 흥미로운 질문으로 돌아온다.
논란이 상당했는데도 왜 시청수는 증가했을까.
첫 번째 이유는 국내의 화제와 글로벌 시청자의 관심이 반드시 같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엿같은 사랑〉은 한국만이 아니라 26개국에서 1위, 68개국에서 톱10에 진입했다.
한국에서는 하영의 가족사 논란이 매우 크게 보도됐지만 해외 시청자가 작품을 처음 접하는 경로는 다를 수 있다.
정해인이라는 배우, 로맨틱 코미디라는 장르, 넷플릭스 추천 화면, 주변 시청자의 입소문.
그들에게는 이러한 요소가 훨씬 먼저 작동할 수 있다.
두 번째는 논란과 작품 소비가 반드시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어떤 배우에 대한 비판적 판단과 그 배우가 출연한 작품을 보는 행위는 동시에 존재할 수 있다.
작품을 봤다고 해서 논란에 동의하는 것도 아니며, 배우를 비판한다고 해서 반드시 작품까지 보지 않는 것도 아니다.
OTT 시대의 소비는 생각보다 훨씬 복잡하다.
실제로 본 사람들의 평가는 어떨까
아직 이 작품을 보지 않았다면 가장 궁금한 건 결국 이것이다.
그래서 재미있을까.
현재 공개된 리뷰를 보면 반응의 기준은 비교적 명확하다.
긍정적으로 보는 쪽에서는 정해인과 하영의 로코 호흡, 하영의 코미디 연기, 그리고 익숙한 로맨스 사이에 범죄극의 긴장감을 넣은 점을 장점으로 본다.
Decider 역시 로맨틱 코미디가 순간적으로 누아르 범죄극으로 이동하는 방식이 기존 로코와 다른 재미를 만든다고 평가했다. 특히 하영의 코미디 타이밍과 허성태의 악역 연기에 좋은 평가를 내렸다.
반대로 단점도 꽤 쉽게 예상할 수 있다.
기억상실과 가짜 관계 같은 설정 자체가 워낙 익숙하기 때문에 서사의 참신함을 중시한다면 클리셰가 크게 느껴질 수 있다.
또 로맨틱 코미디와 누아르의 온도 차가 어떤 시청자에게는 재미로, 다른 시청자에게는 다소 산만한 장르 변화로 느껴질 수 있다.
그래서 〈이런 엿같은 사랑〉, 추천할까?
NXTL의 결론은 조건부 추천이다.
이런 사람에게는 꽤 잘 맞을 가능성이 높다.
- 정해인의 로맨스 연기를 좋아한다.
- 무겁지 않게 시작할 드라마를 찾고 있다.
- 익숙한 로코 클리셰를 크게 싫어하지 않는다.
- 로맨스에 범죄·액션이 조금 섞이는 걸 좋아한다.
- 서사보다 배우의 케미스트리가 중요한 편이다.
반대로,
치밀한 범죄극을 원하거나,
전혀 새로운 로맨스 설정을 기대하거나,
클리셰가 많은 드라마에 쉽게 흥미를 잃는다면 우선순위를 조금 낮춰도 된다.
현재 공식 설정과 실제 리뷰를 종합하면 가장 가까운 표현은 이쪽이다.
“새로운 맛이라기보다, 익숙한 맛을 조금 다르게 조합한 로코.”
그리고 지금 750만 시청수가 보여주는 건 적어도 그 ‘아는 맛’을 선택한 사람이 상당히 많았다는 사실이다.
NXTL CHECK | 보기 전에 체크할 것
✓ 로맨틱 코미디가 중심이다
범죄와 누아르가 들어가지만 기본 축은 로맨스.✓ 클리셰는 제법 있다
기억상실·동거·가짜 관계 같은 익숙한 장치를 사용한다.✓ 정해인·하영의 케미스트리가 중요하다
스토리보다 캐릭터 중심으로 보는 사람에게 유리하다.✓ 배우를 둘러싼 논란이 작품 밖에 존재한다
이를 작품과 어느 정도 분리해 볼지는 각 시청자의 판단이다.✓ 가볍게 시작할 넷플릭스 로코를 찾는다면 추천
치밀한 범죄극을 기대한다면 다른 작품이 더 맞을 수 있다.
논란은 커졌지만, 결국 사람들은 재생 버튼을 눌렀다
〈이런 엿같은 사랑〉을 둘러싼 상황은 묘하다.
한쪽에서는 주연 배우의 가족사를 둘러싼 논란이 커졌다.
다른 한쪽에서는 또 다른 주연 배우의 오래전 가족사가 다시 소환됐다.
그리고 그 사이에서 드라마는 넷플릭스 글로벌 1위에 올랐다.
하지만 이것을 단순히 “논란도 흥행에는 도움이 된다”고 정리하면 너무 쉽다.
750만 명의 시청을 논란 하나로 설명할 수는 없다.
정해인이라는 익숙한 배우가 있었고,
글로벌 시청자가 접근하기 쉬운 로맨틱 코미디가 있었고,
누아르와 범죄라는 약간의 변주가 있었고,
그 위에 작품 밖의 이야기까지 더해졌다.
결국 여러 겹이 겹쳐 한 작품의 화제성을 만든 것이다.
그리고 이번 흥행이 보여주는 건 어쩌면 이것인지 모른다.
논란은 작품을 검색하게 만들 수 있다.
하지만 계속 보게 만드는 건 결국 콘텐츠다.
한 편의 드라마 안과 밖에서 동시에 만들어진 이야기.
NXTL은 그 사이의 한 겹을 들여다봤다.